흡연자를 위한 정원의 파빌리온

Ji -Yeon Kim Ji -Yeon Kim
Smoking Pavilion, Gianni Botsford Architects Gianni Botsford Architects Modern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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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흡연자들이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애연가들의 불만이 최고조를 이르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담뱃값은 노르웨이나 오세아니아 국가들에 비교하면 6분의 일 가격으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담뱃값이 비싼 국가가 아니다. 인상되는 담뱃값보다도 흡연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담배를 필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금연 구역이나 금연 건물이 늘어나는 반면, 흡연실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금연은 자의적으로라기보다 사회적인 압박 때문에 조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의 건축가 GIANNI BOTSFORD는 정원에 SMOKING PAVILION, 즉 흡연자를 위한 파빌리온을 디자인 해 흡연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공간을 만들어 시선을 끈다.

정원에 놓인 박스형의 파빌리온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이 정원은 한 주택 공간에 속해있는 공간이다. 이 정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 박스 형태의 스모킹 파빌리온인데 정원 한편에 독립된 공간으로 콘크리트의 외관이 그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 콘크리트 큐브는 한두 명 정도가 편안하게 앉아 휴식할 수 있는 크기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가 모던함을 강조한다. 정원의 계단에서 이어지는 동선을 바닥 돌이 표시하면서 주변을 장식하는데, 돌의 색감과 콘크리트의 회색이 조화를 이룬다.

미니멀한 외관

미니멀한 큐브 형태의 이 스모킹 파빌리온은 한 면이 열려있고 나머지 다섯 개의 면은 창문 없이 닫힌 꽤 보수적인 형태의 골격을 가졌다. 이러한 육중한 골격은 그러나 반투명 콘크리트의 패널로 시각적인 부담감을 덜어 준다. 이 이름도 생소한 반투명 콘크리트란 무엇일까?

반투명 콘크리트의 외관

이 파빌리온을 구성하고 있는 반투명 콘크리트의 외벽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균일하게 찍힌 검은색 점과 매끄러운 표면 이외에 일반적인 콘트리트의 표면과 큰 구별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반투명 콘크리트는 물, 시멘트, 돌가루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내부에 광섬유가 평행하게 정렬되어 한쪽에서 빛이 들어오면 이를 통해 반대편에 빛이 나타나고, 그 빛의 투과도는 광섬유의 혼입률에 따라 달라지는 특수 콘크리트이다. 반투명 콘크리트는 미래형 건축 자재로 주목을 받으며 최근 많은 건물에 사용되고 있다.

파빌리온의 내부

반투명 콘크리트가 왜 반투명 왜 반투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 스모킹 파빌리온의 내부에 들어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이 피빌리온 안에서는 신기하게도 외부의 빛과 상(象)이 비치는 것을 알 수 있는 데 흡연 구역으로서 건축가는 이 재료가 주는 효과를 영리하게 이용했다. 정원 주변의 풍경의 그림자가 바람과 빛에 따라 움직이며 영화관의 극장처럼 이 파빌리온을 가득 채우는 데, 목가적인 분위기뿐만 아니라 작은 공간임에 불구하고 닫혀있지만 열린,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주변과의 조화

콘크리트 같은 인공적인 자재가 정원이라는 자연적인 요소와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관심이었다. 정원의 나무 사이에 놓인 이 파빌리온은 결과적 애매한 조화를 이루는 듯 보인다. 콘크리트의 큐브는 분명 매력적인 형태이지만 나무들 사이에 놓인 이 육중한 콘크리트는 조금 폭력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파빌리온과 정원의 조화는 개인의 감각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의 안목은 무엇을 말하는가?

존중 받는 개인의 기호

우리나라에서 흡연은 환영받을 수 있는 습관이 아님이 분명하다. 애연가를 위한 공간 디자인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개인의 즐거움을 지켜주고자 하는 외국의 시선은 점점 벼랑 위로 내몰리는 우리나라 흡연자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전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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