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인테리어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참 정갈하다는 느낌이 든다. 절제되어있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평온하다. 아마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일본식 인테리어는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해 오고 있지 않나 싶다.
일본인들은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그들만의 것'으로 소화하려는 욕구가 강한데, 이는 주택 인테리어에도 늘 반영되어 왔다. 몇 년 전부터 일본의 전통 디자인과 서양식 모던함을 적절히 조합한 '와모던(和modern)'이라는 용어가 크게 인기를 끌어오면서 지금까지 이러한 현대적 스타일이 다양한 국가에서 주택과 상업공간에서 인기를 끈다. 이렇듯 오늘날의 일본식 인테리어는 전통적인 평온함 속에 새로운 시대의 요구사항을 적절히 반영해 과거보다 좀 더 네츄럴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만큼 마니아층의 범위 또한 확장되어 오는 추세다.
한편, '1가구 1주택'을 선호하는 일본의 주거 문화에서 침실은 다른 어떠한 공간보다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도시의 주거 공간의 경우 심하게 좁고 가격이 높아 현대인들에게 있어 '집'이란 대부분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통용될 정도이다. 그만큼 다른 공간보다 중점을 두는 곳이 침실이기에 일본의 침실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전체적인 주택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인테리어 소재가 엿보이는 침실의 풍경이다. 다다미는 일본의 전통적인 바닥재이다. 좌식생활을 기본으로 발전해온 일본의 주거문화를 뒷받침해 주어서 중요한 건축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성을 상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현대식 건물에서 다다미를 활용하면 공간을 클래식하게 연출하기도 쉽다. 방과 방 혹은 방과 마루 사이의 미닫이문을 칭하는 '쇼지문'또한 대표적인 전통 소재이다. 필요에 의해 두 공간을 하나로 터서 넓힐 수 있으므로 실용적이어서 현대식 주택에서도 환영받는다.
일본의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는 건축과 인테리어의 중요요인이어서 다다미와 쇼지문은 이에 적합하다. 짚을 짜서 만든 다다미는 여름철 습기제거와 통풍에 탁월하고, 쇼지문 또한 통풍성에 중점을 두는 구조이다. 이 두 가지 대표적 요소를 통해 일본은 여름철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여 실내를 디자인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통소재인 다다미를 좀더 생동감있게 활용할 수도 있다. 비좁은 침실에 가득 차게 다다미를 깔아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가구 없이 매트릭스만 깔아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대신 오렌지빛의 침구로 포인트를 더한 모습. 이질감이 느껴질뻔 한 디자인을 전통 방식인 쇼지문으로 보완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목조주택을 크게 선호한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섬나라이기에 건물을 낮게 짓는 동시에 흔들림이 적은 목조건물을 지어왔다. 목재는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통풍과 채광이 좋아 더욱 적합한 자재인데, 인테리어에서는 안정감을 드러내 일본인의 감성과 정서에도 어울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콘크리트나 철골구조도 주택에서 많이 눈에 띄는 추세이다. 또한, 높고 독특한 서양식 건축 형태도 증가하고 있어서 전통적 방식이나 감성을 원하는 이들은 내부 실내장식만이라도 목재를 택하곤 한다. 사진 속에서 보이는 침실도 모든 가구가 목제로 이루어져 있다. 일식 목조 주택의 매력이 한구석에 고스란히 드러난 침실이다.
또 한번 목재 가구가 돋보이는 침실의 모습이다. 일본 특유의 정서에 걸맞게 장식을 최대한 절제하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동시에 옷장 표면의 디자인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도밤나무를 이용한 옷장으로 더욱 정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단으로 분리가 가능해 실용성을 더했다. 깨끗하고 아늑한 느낌이 일본답다.
일본식 인테리어에서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도코노마'이다. 도코노마란 본래 방에서 바닥을 약간 높여 만든 낮은 테이블의 용도로 일본의 또 다른 전통적 건축 요소중 하나이다. 꽃이나 도자 등을 올리는 장식 테이블의 기능도 하는데, 사진 속 꽃병이 올려진 테이블처럼 안으로 들어간 형태를 띈다. 대표적으로 침실에서 자주 활용되는 인테리어.
사진 속 침실도 이러한 도코노마 방식을 드러내어 전반적인 분위기의 방향을 잡았다. 여전히 일본의 새로운 주택의 90%가 도코노마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전통과 모던을 조화하는 일본인의 정신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