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설계를 중심으로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현하다, 테크노 클럽 인테리어

Jihyun Hwang Jihyun Hwang
FAUST & TANZ BAR, ARTEFACT ARTEFACT Commercial sp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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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간에는 특정 이미지가 있다. 카페라고 하면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도서관이라 하면 조용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공간을 떠올리듯 말이다. 그런데 모든 공간이 이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건 아니다. 유난히도 극과 극을 달리는 공간들도 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극과 극의 이미지를 그리는 한 공간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바로 '클럽'이다. 클럽이라고 하면 유흥, 흥청망청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낮 동안의 바쁜 사회생활과는 또 다른 해방의 시간을 담은 공간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찾아가 볼 곳은 미래에 온 것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클럽이다. '테크노'라는 음악을 담아낼 클럽 공간으로 특유의 섬세한 음악 기교를 담아내기 위한 전문가의 고심이 많이 드러나는 프로젝트다.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함께 살펴보자.

설계: Artefact / 디자인 : 강예경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7-15 3F / 면적 : 311.5m² / 바닥 마감 : 에폭시, 타일 / 벽 마감 : 발크로맷, 테라조, 합판, 파벽돌, 벽지/ 천장 마감 : 발크로맷, V.P 도장 / 사진(Photograph ©): 여인우

클럽 인테리어, 다루는 음악에 따라 달라진다.

클럽 인테리어라고 해도 결국엔 '사람'이 시간과 경험을 담아낼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어떤 클럽이냐에 따라 설계 콘셉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집이 다르듯, 클럽도 다루는 음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늘 살펴볼 곳은 테크노 음악을 다루는 클럽이다. 어떤 설계가 이뤄졌을까?

테크노 음악에 대한 이해

2018년 현재, 대부분 전자 음악이라고 하면 EDM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이 언론과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는 EDM에 쏠려 있기 때문일 테다. 테크노 음악 문화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사람들간의 화합과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으며 성장해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EDM보다 수요가 많지 않아 언더그라운드에 가까운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극적인 EDM보다는 간결하고, 약간은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어 매니아적인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음향 시스템 구조도

클럽 인테리어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음향 시스템 구조도'다. 특히나 테크노 음악은 타 장르와 비교할 때 음악에 섬세한 요소가 많은 데다가 트랙의 흐름이 미니멀해서 음악 질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DJ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도한 음악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클럽 공간 자체에 대한 문제로 커지게 되니 말이다.

음향 시스템을 위한 협업

이상적인 음향 시스템 구조도를 계획한 후 독일의 Kirsch Audio와 협업해 음향 설계를 진행했다. 평면 계획과 음향 설계를 동시에 진행한 셈이며 일반적으로 평면 계획 후 음향 계획을 얹는 것과는 반대로 음향 설계가 중심이 되어 공간을 구성했다.

흡음 기능

바깥으로 음악이 새어나가지 않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했다. '흡음 기능'이 필요한 부분이다. 천장을 보면 중심에 10m 길이로 지나는 스피커의 양쪽 구조를 통해 흡음 기능을 구현했다. 벽과 같은 무늬와 재질을 사용해 일체감 있는 공간을 그려내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자. 천장을 가로지르는 스피커는 이곳 파우스트 클럽만을 위한 제품으로 공간의 곳곳 모서리 부분에서 그려지고 있는 각도 눈여겨보도록 하자. 클럽은 모서리 부분에서 저음역의 부밍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조절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시각적인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설계가 진행됐다. 천장 구조물을 드러내고, 금속 철제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여기에 조명이 더해져 개성 넘치는 분위기의 공간으로 그려졌다.

조명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아래 기사글도 확인해보자.

공간을 밝히는 아름다움, 조명

DJ 자리에서 바라본 클럽 전경

음악을 관장하는 DJ의 자리도 사실 무척 중요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이곳을 찾게 만드는 건 결국 DJ가 만들어낼 음악이며 공간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선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멀리까지 시야가 길쭉하게 열리는 공간감의 자리로 그려냈다. 

또한, 음악의 질을 위해서도 이 자리가 무척 중요하다. 이 자리에서 저음역의 서브 우퍼가 강하므로 DJ 부스 구조물 자체가 울림통이 되어 음악 내 진동을 만들기도 하고, 끊기게도 된다. 잡신호나 불편한 음질을 유발할 수도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던 부분이다. 될 수 있는 한 공간이 닫히지 않도록 ㄷ자 구조를 만든 후 음파를 튕겨내는 구조체로 만들었다. 동시에 열린 형태의 지지체를 ㄷ자 안쪽으로 세워 음질에도 문제가 없도록 신경 썼다.

발크로맷 디자인

발크로맷을 이용한 무늬와 이 무늬들의 각도 변화로 기하학적인 멋을 드러낸 벽면에 주목해보자. 독특한 개성과 성격으로 이 클럽만의 정체성을 그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는 요소다. 발크로맷은 발크로맷은 포르투갈의 발보팡사에서 개발한 친환경 보도의 일종으로 유럽과 미국 표준에 따르면 무독성으로 분류되어 있다.

다양한 재질의 조화

따라서 사람이 많이 붐비게 될 클럽에서도 사용하기 좋으리라 판단해 이곳 벽면 마감재로 활용됐다. 또한, 일반 MDF보다 강도가 30% 정도 더 좋고, 가공성이 우수하며 습기와 열에도 우수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지목됐다.

타이어를 연상시키는 벽면과 목제 바닥, 가죽 의자의 묘한 조화에 주목해보자.

무늬와 그림

클럽의 경우 시선을 사로잡고, 기억에 남을 공간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조명도 화려하고, 대비도 강하며 벽면 무늬도 화려한 경우가 많다. 사진에서처럼 화려한 벽면 타일을 시공하기도 하고, 완전한 대비가 이뤄지는 조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bar) 공간

앞서 언급했듯 이 클럽의 모든 평면 계획은 음향 설계에 기초해 진행됐다. 다시 말해 음향이 가진 영향력에 맞춰 클럽 바닥 면의 경계를 결정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곧, 자연스레 남는 공간이 생기게 되었음을 뜻한다. 

전문가는 이곳을 파티 시작 전의 워밍업 공간이자, 파티가 끝난 후의 뒤풀이 공간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사람들이 앉아서 담소도 나누고, 간단하게 술을 마시기도 하며 원하면 느린 박자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을 공간을 계획했다. 앞서 살펴봤던 클럽의 중심은 회색과 검은색 등 색이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법했는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밝은 색상이 대거 활용되어 분위기도 다르게 연출됐다.

이동 가능한 제2의 DJ 부스

탄츠(Tanz: 독일어로 춤)바에서는 클럽 스테이지와는 다른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조금 더 느릿한 하우스 계통의 음악이 많이 재생되며 편안하고, 휴식할 수 있는 개념의 공간으로 그려졌다. 중앙에는 이동이 가능한 제2의 DJ 부스를 설치해 재미있는 공간감을 선사한다.

미래적인 공간감을 선사하는 곳

유려한 곡선 형태로 가공한 메탈러스 조명 기구로 마무리된 공간감이 흥미롭다. 조화와 부조화의 경계 언저리에서 묘한 미래적인 느낌을 끌어내는 테크노 클럽 인테리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음악의 특성을 위해 평면 계획에 앞서 음향 설계를 앞에 두고 진행한 설계라 더 흥미롭고, 인상적인 프로젝트였다.

또 다른 미래적인 공간감을 즐기고 싶다면, 아래 기사글도 확인해보자.

미래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미니멀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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