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집들은 대부분 그 공간 구분이 뚜렷하다. 집이 비어있는 상태에서도 누구든 한두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거실과 욕실, 주방, 그리고 베란다를 구분할 수 있다. 주방 기구가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TV나 냉장고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 레이아웃만 보더라도 대충 윤곽이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이 설레는 퍼즐 맞추기 작업 중에서 한 가지 헷갈리는 조각이 있다. 바로 '세탁기'. 대부분 정형화돼있기 때문에 제자리를 찾기 쉬운 다른 대형 가전들과는 달리, 집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딱 맞아떨어지는 자리를 한 번에 찾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세탁기다. 상하수도 배관에 따라서 제자리가 집마다 다를 수 있으며, 집의 형태와 규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헷갈리는 세탁기. 오늘은 그 까다로운 퍼즐 조각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에서는 주방에 세탁기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빌트인으로 애초에 급수 및 배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주방에 세탁기를 설치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주방의 배수 시설을 대부분 싱크대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 세탁기 배수관을 추가하려고 한다면 그 정도의 배수 조건과 지름이 확보되어야 한다. 게다가 1.5m 이상 떨어질 경우 누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위치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세탁기의 진동이 싱크대에 전달되어 주방 가구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소음은 더 커진다. 식사 공간과 거실 등으로 세탁기의 소음이 전달되면서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주방에 세탁기를 두었을 때의 단점이다. 다른 여유 공간이 없을 경우라면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은 문제점과 단점을 보완하거나, 스스로 극복해야 하니 신중히 선택하도록 하자.
다용도실의 본래 기능은 조리 준비 및 건조, 수납 세탁 등이다. 급수와 배수시설만 확보되어 있다면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적고, 세탁을 하기에 안정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미리 입구와 여유 공간, 급배수 조건을 확인해 세탁기 용량과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탁기를 둘 수 있는 위치에 맞는 규격을 확인해야 하며, 내부로 들일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입구의 너비도 미리 재도록 한다. 드럼 세탁기를 선택할 경우 세탁기 정면으로 얼마만큼의 여유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아파트의 앞 베란다는 배수 시설이 대부분 우수관(雨水管)으로만 설치되어있다. 즉, 빗물이 빠져나가는 배수로라는 말이다. 여기로 세탁기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세제가 섞여 들어가면 안된다. 우수관이 오염물질로 막히게 되면 물이 역류해 많은 세대가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악취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동파의 위험도 있다. 또한, 소음이 외부로 가장 잘 노출되는 위치이므로 이웃 세대가 세탁기 진동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세탁기를 두는 장소로는 부적합하다.
주방에서 연결되는 뒷 베란다가 있다면 하수관이 나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급배수시설이 되어있다면 이곳에 세탁기를 두는 것도 무난하다. 앞 베란다보다 소음 노출이 훨씬 적으며 생활 공간과도 분리되어 있는 위치기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뒷 베란다에 있는 하수관은 건물 외부로 빠지는 우수관과 달리 건물 내부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파의 위험이 크지 않다.
세탁실과 보일러실은 배관 형태가 다른 것이 대부분이다. 세탁실은 배관 구멍이 크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물도 잘 빠져나가지만, 보일러실의 배관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큰 용량의 세탁기일 경우 역류가 발생할 수 있다. 물 빠짐이 원활하지 못하면 동파의 위험도 커진다. 보일러실에 세탁기를 두고자 할 때는 미리 배관의 크기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라면 반드시 교체한 후 세탁기를 놓도록 하자.
욕실에 세탁기를 둘 때는 세탁기를 연결하는 콘센트를 방수 콘센트로 바꾸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콘센트에 물이 튈 경우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 또한, 아파트 환기구가 위아래 세대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라면 욕실 안에서 돌아가는 세탁기의 소음이 이웃집의 욕실로 공유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