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공동 주거의 장단점

Eunyoung Kim Eunyoung Kim
CHORA 649, CHORA CHORA Modern hou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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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 부모님과 같은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형태가 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싼 집값으로 젊은 세대의 능력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 여겨지겠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부부의 맞벌이로 인한 자녀 양육의 어려움 때문에 일선에서 물러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모 세대에 자녀 양육의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유럽의 공동 주거는 보통 혈연관계가 없는 남남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반면, 우리나라의 공동 주거 생활의 대부분은 부모와 결혼한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아무리 가족 간이라도 각자의 가정을 가진 상태에서 함께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점이 발생한다. 오늘은 이렇게 부모와 결혼한 자녀 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두 세대 이상의 공동 주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역사적·사회적 배경

서양의 공동 주거의 개념과 우리나라의 공동 주거의 개념은 많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말 그대로 각자의 집에서 거주하면서 정원이나 차고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개념의 커뮤니티 같은 공동 주거 형태나, 혹은 셰워 하우스처럼 개인 방을 제외한 주방, 욕실, 거실 등 모든 장소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이웃끼리 공동 육아와 카풀 등을 하며 생활하는 개념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최근 한국에도 셰어 하우스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주로 싱글인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결혼한 커플들이 집을 공유하고 공동 보육을 하는 형태는 아니다. 간혹 종교 단체나 극빈층 등을 대상으로 마을 단위로 이런 서양식 공동 주거 개념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극소수의 예로 일반화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의 일반적인 공동 주거 형태로 부모와 결혼한 자녀 세대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한정해서 다룰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정에서는 장남은 결혼 후에도 부모와 한집에서 살며 부모를 모시고, 다른 자녀들은 각기 독립해서 각자의 집에서 살아가는 형태가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나, 80년대 이후 산업화·근대화를 거치면서 결혼한 자녀는 당연히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과 젊은 부부의 맞벌이로 인한 자녀 양육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 후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살던 집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은 이런 형태의 공동 주거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경제적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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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전셋집조차 얻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집을 얻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진 상태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되면,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전부 사용하고 대출금을 다 갚기 전에는 겉만 멀쩡한 하우스 푸어가 될 수밖에 없다. 기계처럼 일해서 겨우 대출금을 갚고 나면, 다음에는 자녀 교육비로 엄청난 자금을 지출해야 하고, 자녀를 독립시킬 나이가 되면 어느덧 부부는 인생의 황혼기로 접어들어 노후 자금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 되고 만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실리를 추구하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이럴 바엔 차라리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비와 이자를 아끼고 돈을 모아 집을 산 후 독립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는 주거 형태임에는 분명하다. 사진은 서울의 건축가 Chora가 디자인한 도시형 다세대 주택 모습이다.

< Photographer Park Wan Soon >

환경적 이점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활한다면 신규 주택 건축이 줄어들 것이고, 집을 덜 짓고 기존의 집을 잘 활용한다면 녹지를 줄여 거대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환경을 파괴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환경적으로도 많은 이점이 있다.

사회적 이점

자녀를 독립시킨 노부부는 삶의 구심점을 잃어버려 쉽게 외로움을 타고 우울증 등에 걸리지 쉽다. 이런 노인들을 노린 범죄나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해 사회 문제로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와 함께 살며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보며 생활하는 노인들의 경우는 이런 문제로부터 안전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적·정서적 이점

어린 자녀들의 보육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면 부모가 바빠서 늦게 귀가해도 안심할 수 있고,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배우게 돼, 교육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사생활 제약

그렇다면 이런 공동 주거 형태에 단점은 없을까? 물론 아무리 좋은 제도에도 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성인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이룬 자녀와 부모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개인주의 성향이 많은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일일이 부모의 간섭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부모나 자녀나 가장 편해야 할 집안에서조차 행동이나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특히, 며느리나 사위의 경우에는 늘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것처럼 불편한 기분이 들 것이다.

부모 세대의 불만

요즘 부모님 세대에서 가장 큰 불만은 손자·손녀를 돌보느라 개인 시간이 없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자녀들이 결혼 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꺼려했는데, 요즘에는 부모들이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여론이 많다.

자녀 세대의 불만

자녀 세대에서는 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고부갈등과 사위와 처가 식구와의 갈등 등, 결혼 후 법적으로 가족이 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많은 편이다. 또한, 예전 사고방식으로 자녀들의 생활에 간섭하게 되면서 아들이나 딸 등, 친자녀와의 갈등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사회 심리학적 문제

최근에는 캥거루족에 이어 연어족이 트렌드라고 한다. 캥거루족이 독립할 나이가 됐지만, 취업을 하지 않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자녀를 뜻한다면, 연어족은 독립해 집을 나갔던 20, 30대 미혼 직장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어처럼 원래 살았던 집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 ‘연어족’은 자유를 찾아 부모에게서 독립했다가 부모 품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캥거루족과는 다른데, 연어족은 이제 독립했던 미혼 자녀 뿐만 아니라 결혼한 뒤에 부모님이 살던 곳으로 들어가 둥지를 트는 ‘연어 부부’로 확대되는 추세다. 아기를 낳고 집을 마련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시간을 일종의 ‘독립 유예 기간’으로 삼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

주택 한 채에 2가구 이상이 함께 거주하는 형태는 예전에도 있었으나, 그것은 셋집의 형태로 서로 다른 가족이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주거지만 임대해 살던 형태였지, 식사도 같이하고 아이도 돌봐 주는 등의 최근 유행하는 부모와 자녀의 공동 주거형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이런 새로운 공동 주거 형태가 시대의 트렌드가 된 마당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비록 한국의 어려운 사회·경제적 형편 때문에 생겨난 주거 형태이기는 하지만,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잘 살리면 한국적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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